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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국의 음식으로 이룬 ‘코리안 드림’…미슐랭 스타 안부럽네

강영운 기자
입력 : 
2016-03-24 14: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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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
# 월 매출 1억에 10개 이상의 사업장. 차별화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홀려 서울 시민의 발길을 잡아 놓은 사람들. 여기까지 보면 요식업계에 흔한 성공 스토리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맨몸으로 건너와 성공을 일군 사람들이라면 얘기는 좀 더 특별해진다. 요식업 성공신화를 발판삼아 굶주린 이들의 아픔까지도 보듬으며 새로운 코리아 드림을 써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노량진 미스사이공 대표 전티마이씨(여.36.베트남), 동대문 사마리칸트 대표 사리오프씨(35.우즈벡), 동대문 에베레스트 대표 구릉씨(40.네팔).

이들이 써간 코리아 드림은 여느 한국인 사업가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다. 전티마이씨가 운영하는 미스사이공의 노량진 본점에서는 하루 평균 800그릇 가량의 쌀국수를 판다. 월 매출은 9000만원에 달하고, 남편과 함께 추진한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미 1호점을 낸지 8개월만에 20호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사리오프씨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우즈벡 음식 전문점 사마르칸트는 이미 한국에만 12개의 매장이 있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본점의 매출은 3000만원 규모. 그는 가족들과 함께 주식회사 사마르칸트를 차렸다. 구릉씨가 운영하는 네팔음식전문 에베레스트 역시 동대문에서 손꼽히는 맛집. 서울에만 4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구릉씨는 동대문 역 부근에 위치한 본점에서만 1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그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원만 30명이다.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 전파를 타면서 상승가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현지인만 몰려오던 것이 지금은 남녀노소,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찾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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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오프
◆ 개도국 3인의 ‘ABC’ 성공방적식 개발도상국 출신 3인이 새로운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까지는 각별한 ‘ABC’ 성공방정식이 있었다. 바로 고민보다 실천(Act)을 우선시하며, 역발상으로 편견을 깨고(Break Prejudice), 성공에 대한 믿음(Confidence)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확보하며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리오프 씨는 역경을 딛고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우즈벡 음식에 대해 아무도 몰라서 오히려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전티마이씨는 “쌀국수 하나에 9000원을 받는 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며 누구도 시도 하지 않은 가격 측면에서 역발상과 편견깨기로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구릉씨 또한 “요즘 유행하는대로 외식 컨설팅을 받았으면 우리집은 완전히 실패요소만 모아 놓은 집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게 바로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한다”며 크게 웃었다.

물론 이들의 성공이 저절로 굴러떨어진 복(福)은 아니다.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에 대한 차별, 주변의 질시, 꽉막힌 행정 그야말로 ‘가시밭 길’을 꿋꿋이 헤쳐나간 결과물이다. 전씨 첫 사업은 핫도그 포장마차였다. 서툰 제조법에 장사가 잘 될 리 없었다,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는 쌀국수를 3000원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하루 300개가 팔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되자 주위 상인들의 ‘무더기 신고’가 이어졌다. 전씨는 “하루에 10번도 넘게 신고가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그 때 신고 덕분에 정식 가게를 열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제대로 대박신화를 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에베레스트의 대표 구릉씨 역시 첫 시작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외국인이 음식점을 하는 것에 공무원들이 쉽사리 허가를 내 줄리 없었던 것. 그는 그야말로 제 집 드나들듯 공무원을 찾아간 끝에 허가를 받았지만, 텅 빈 가게에 그는 불면증까지 겪었다. 구씨는 “장사가 안 돼서 그전까지 한국과 네팔을 오가면 유지하던 무역업체 3곳을 정리했다”면서 “지금의 성공은 밤낮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레시피를 연구한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레스토랑의 성공 덕분에 구씨는 정리했던 무역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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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티마이
◆ “우리는 고향과 한국 잇는 민간 외교관” 이들을 경제적으로 성공한 ‘외국인 사장님’으로만 부를 순 없다. 때로는 한국으로 유학온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주는 제2의 엄마이면서, 고향 땅에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구릉씨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네팔 근로자들에게 ’한국에서는 우리가 네팔 국가대표’임을 강조하며 한국 문화 적응을 돕는다. 일년에 한번은 ‘엄홍길 재단’과 함께 현지 봉사활동를 나가고 한국과 한국어 홍보에 열을 올린다.

구씨는 “네팔 현지에 한국을 알리는 교육 방송 채널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면서 “네팔과 한국이 형제의 나라로 불릴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기적으로 무료 식사를 대접하는 사리오프씨 역시 “무료식사를 먹은 사람 가운데 나중에 사업에 성공했다며 우즈벡에서 한국까지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큰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새로운 코리안 드림을 써내려 가고 있는 이들은 한국인 청년들에게 “노력의 힘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으라”라고 입을 모았다.

구릉씨는 “자신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도 성공할 수 있는 게 한국이에요. 언어, 재력, 인맥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전티마이씨 역시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선망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영운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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